몸의 열보다 마음의 열이 더 무섭다. <루카 4, 38-44> 9월 1일

감기나 코로나의 열을 약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마음의 열기는 약이 아니라 자신의 착한 마음만이 열을 내릴 수 있습니다.

몸에 나는 열이 심하면 자기 하나 몸 하나 죽지만, 마음의 열기는 자신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죽이고 자기도 죽습니다.

오늘 주님은 시몬 장모의 열을 내려주셨지만, 마음의 열도 내려주시는 분입니다. 주님의 자비를 믿고 따르는 사람의 모든 죄악을 없애주시는 것같이 우리도 주님을 따라 자비로운 마음으로 열분을 식히고, 차분하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열분이 터져서 죽을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열을 식히지 못해 죽는 사람도 있습니다. 몸도 그렇지만 마음이 열이 일어나면 몸도 마음도 움직이지 못하고, 넘어지고, 쓰러지고,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아니, 아무리 좋은 것이 있다고 해도 버리고, 떠나고, 이별합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 앞에 굳게 서약하고 행복하게 살겠다고 약속하고 한 몸으로 일생을 함께 살겠다고 하지만, 열분이 나오면 서로 버리고 떠나는 불행을 당하게 됩니다.

수도원에서 차분하게 규칙을 지키고 살다가 마음에 열분이 나면 참지 못하고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떠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느 수녀원의 지도 신부로 있을 때 하루는 원장 수녀님이 방에 숨어서 나오지 못하고, 수녀원이 시끌시끌한 것을 느끼고 ‘웬일일까?’하고 알아보니 회원 중에 한 사람이 열분이 나서 원장하고 싸우려 한다고 하기에 알아보니 성당에 자리 하나 옮기라고 말했다고 열분이 나서 원장 수녀에게 싸움을 걸고 분을 풀겠다고 합니다. 거룩한 사람도 일어나는 열분을 보통 사람은 더 자주 일어나 속상하고, 화가 나고, 열분이 일어나게 됩니다. 치료하는 약은 자신은 더 낮추고, 겸손하고, 양보하고, 내어주는 정신을 가지고 살면 열분을 쉽게 삭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좀 더 큰일로 열분이 일어나면 죽음도 불사하고 화를 내고 죽음까지도 받아들입니다. 요사이 길거리에서 태극기를 든 사람이 애국자냐? 아무 의식 없이 하던 일을 하면서 태평성대를 누리는 사람 아니면, 태극기를 흔들면서 소리 지르는 사람을 비웃으며 지나가는 사람이 애국자냐? 판단하기 힘들어집니다. 평화 통일을 주장하며 “종전 협정이 답이다.” 하는 사람과 “아니다.”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서로 진실과 사랑을 나누고, 마음의 열 분을 삭이고, 참고, 양보하고, 일치하는 대화를 통해 이루어져야 참 평화 통일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저의 작은 판단으로 어떤 때 ‘이건 아닌데, 이래서는 안 되는데, 이러지 말아야 하는데’하는 생각이 마음을 뚫고 밖으로 표출하기도 하고 ‘기다려보자고 하다가 때를 놓쳐 돌아오지 못할 강을 넘지나 않을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오늘도 “주님, 이 민족을 자유민주주의로 성장하도록 이끌어주세요.” 하고 간절한 기도를 드리며 분과 열을 삭히고 살아갑니다. 청년기에 저는 “주님 러시아를 구하소서.”기도했습니다. 종교를 말살하고 자유가 없는 공산주의 나라에서 살지 않고 박해를 받는 이들을 위해 파티마 성모님의 기도를 드리는 습관이 나를 오늘 불안하게 합니다.

지금도 저의 깊은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기도는 이 나라가 공산 국가가 되지 않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