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통해 세상을 본다. <마태 12, 45-50> 7월 20일

언제부터인지 안경이 없으면 바깥세상을 잘 보지 못하고 책의 글도 잘못 보게 되어 몇 번 안경을 갈아 끼웠으나 작은 글은 돋보기가 있어야 글을 볼 수 있습니다. 눈이 어두워지면 새로운 빛이 필요합니다. 세상을 가장 안전하게 보는 길은 주님과 함께 아니면, 주님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이다.” 주님은 여기서 하느님 뜻 안에서 이루어지는 눈을 주시고, 사람과 친교를 나누면서 진실과 사랑이 있는가에 따라 보고, 판단하고, 실천하라 하십니다.

아무리 피를 나눈 사람이라도 하느님의 뜻과 반대되는 생각, 말, 행동은 서로 일치할 수 없습니다. 벗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형제자매, 어머니라고 부르지 못한다고 합니다. 인간관계는 하느님의 뜻 안에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인간에게 확실히 심어준 양심 법을 지키는 사람과는 함께하지만, 어기는 사람과는 함께할 수 없습니다. 장님이 장님을 이끄는 형상입니다.

네 생각과 내 생각의 일치가 아니라, 하느님 뜻에 일치해야 함께하고, 함께 걸어가며, 함께 목적지에 이릅니다.

하늘을 알아야 땅을 알 수 있고, 하늘에서 비가 오고, 날씨가 좋아야 오곡백과가 피어나고 자라듯이 인간의 모든 조건은 하느님 안에 모든 것이 이루어집니다.

저는 가끔 한 형제가 권력이나, 재력이나, 명예로 인해 마음이 갈라지고 원수가 되는 현상을 보고 ‘세상은 믿고 의지할 것이 하나도 없구나.’ 생각하면서 하느님의 영원한 자비를 깊이 생각합니다. ‘자비의 정신이 있으면 이 모든 문제를 쉽게 보고, 지혜롭게 판단하고, 일치의 길을 갈 수 있는데’하고 아쉬워합니다.

권력에 대한 하느님의 뜻은 섬김에 있고, 봉사에 있고, 자유 민주주의적 생각에 있으며, 힘 있다고 억누르지 않고, 힘으로 결정하려 하지 않고,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고, 일을 처리해야 합니다. 그때 우리는 형제자매가 되고, 부모님에게도 효도하며 참 좋은 관계를 맺게 됩니다.

재력이 있다고 없는 이를 깔보고 사치와 허용을 부리며, 가난한 사람 무시하고, 부를 자랑하며, 욕심을 부리고 나눔이 없는 사람과는 피를 나눈 형제도 함께할 수 없고 형제자매의 관계를 매끄럽게 이어가지 못합니다.

명예는 자기를 위한 박사 학위나 높은 자리나 인기가 아닙니다. 우리 수도원 첫 번째 퇴원자는 10년 철학 공부한 사람이었습니다. 강의 시간에 늘 자신을 자랑하고, 자기 것인 양어깨에 힘주고, 자기는 큰기침을 해도 다른 사람의 기침 소리는 신경질 내며 야단치던 사람이 먼저 쓰러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자기 아는 것, 하는 일을 자랑하려는 마음은 교만과 강함으로 쉽게 서로의 좋은 관계를 이어가지 못합니다. 스스로 다른 사람 보다 잘났다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던 사람은 관계가 무너집니다.

가난한 마음으로 마리아같이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소서. 아멘.” 하는 기도 속에 살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