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뜻을 완성하러 오신 주님 <마태 5, 17-19> 6월 9일

봄에 아무리 꽃이 산과 들에 아름답게 피어도 벌이나 다른 날아다니는 곤충이 없으면 꽃 자체로 시들어 사라지지만 벌들의 움직임으로 결실을 봅니다. 구약에 하느님의 계명이 많이 있어도 주님이 오시어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시지 않으면 구원의 결실과 창조의 목적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좋은 일을 시작해도 모든 것을 아는 전문인이 아니면 일을 완성하지 못합니다. “나는 율법을 폐지하러 오지 않고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하십니다.

한 사람이 세상에 온전한 사람으로 태어나는 과정은 수많은 정자와 난자가 사랑의 힘으로 결합하여 귀하고 존엄한 한 인간으로 존재하며 그 영향을 나타냅니다. 주님 율법의 완성은 바로 하느님의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우리를 떠나시며 “나는 너희에게 새로운 계명을 주노니, 너희는 서로 사랑하라.” 하셨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랑 없이는 어떤 것도 결실을 보지 못합니다.

모든 법은 사람을 위한 법입니다.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입니다.

교통법규는 법을 위한 법이 아니라, 자동차가 안전하게 운행하도록 마련한 것이지 운전자를 옥죄고 불편하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 날 건널목에서 진행 신호가 켜졌는데도 양쪽에 차들이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습니다. 그때 마침 지팡이를 짚고 길을 건너 중간쯤 왔지만, 이리저리 피할 수 없는 노인을 보고 길을 다 건널 때까지 지켜보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교통법으로 말하면 진행해야 하는데 정지하고 기다림은 사랑의 배려심입니다. 사랑은 모든 법을 완성합니다.

주님은 안식 법을 지키지 않는다고 다그치는 율법 학자들에게 “안식 법은 사람을 위하여 있지 사람이 안식 법을 위하여 있지 않다.” 하셨으며 죄지은 여자를 앞에 세우고 돌로 쳐야 한다고 할 때 “너희 중 죄 없는 사람 돌로 쳐라.” 하시니 모두가 물러났다는 말은 누구나 법을 어기지만 자기를 앞세워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기도하듯이 하느님의 자비로 용서받지 못하면 아무도 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하십니다.

이같이 율법의 완성은 사랑을 실천하는 데 있으며, 우리를 사랑하시는 주님은 십자가의 죽음으로 모든 율법을 완성하셨습니다.

수도원의 규칙은 수도자가 하느님의 사람으로 살고, 공동체 안에서 사랑을 실천하려는 것이지 수도자가 규칙에 매여 살고 규칙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것을 법대로 처리하는 법관이 최고의 법관이 아니라, 법을 정의와 사랑으로 지혜롭게 관리하는 법관이 최고의 법관입니다.

어떤 일을 법대로 처리하라 하지만 정상을 참작하지 않는 판단은 지혜와 사랑이 없는 판단입니다.

어떤 남자가 죽어서 심판을 받는데 냉담자로 살다가 주님 앞에서 선행과 악행을 저울에 달아 아무리 해도 악으로 기울어져 지옥에 갈 형편인데 성모 마리아가 옆에 있다가 선한 행위를 하나 찾아 이렇게 말씀했습니다. “이 사람이 나를 별로 공경하지 않았지만, 하루는 부인이 나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성모상 앞에 꽃을 봉헌하고 있었는데, 한번은 꽃이 시들어 사랑하는 부인이 하던 일을 생각하여 시든 꽃을 치우고 새 꽃으로 갈아준 일이 있다.” 하여 저울에 올리니 선으로 기울어져서 천국행 열차를 탔다는 이야기입니다. 믿음은 아니지만, 부인을 사랑하는 행동이 선행으로 기록되어 하느님 자비의 은총을 받았다고 합니다. 

법이나 규칙보다 사랑으로 완전한 이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