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참 아버지시다. <마태 6, 7-15>

이번 서울 아산병원에서 시술받기 전 오랜 시간 수술실 앞에서 기다릴 때 누워서 할 수 있는 주의 기도를 드리며 마음 깊은 곳에서 이 기도를 가르쳐 주신 주님을 찬미하였습니다. 이 기도를 하는 동안 시간은 지나갔고 그 의미를 생각하면서 기도의 멋과 맛을 느끼며 그 기도의 깊이에 감동과 기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는 의미는 “주님은 하느님이시다.” 시편의 말씀과 같이 성부, 성자, 성령으로 하나이신 하느님이 아버지 되심은 저의 존재 근원이며, 영속성이며, 시작이며, 마침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주시고, 나의 모든 것이며, 모든 것 안에 모든 것이며, 늘 저와 같이 현존하시는 분입니다. 아버지인 하느님 없이는 존재 의미가 없고 있다 해도 모래 위에 지은 집과 같고 방패 없는 전쟁의 군인 같습니다.

제가 “아버지!” 하고 소리 높이 부르면 “왜 불렀느냐?” 응답하시며, 어디서나 의지할 수 있으며, 나의 보류가 되어주십니다.

나와 같은 형제가 나를 거부하고 받아들이지 않아도 죽은 아들이 살아 돌아온 것처럼 어떤 경우에라도 나를 기쁘게 받아주시고 안아주시는 분입니다.

“아버지!”하고 부르며 달려가는 나의 모습에서 아버지의 자비, 사랑, 일치를 느끼며 마음의 평화가 찾아옵니다. 그 아버지는 오늘 있다가 내일 없어지는 분이 아니라 영원히 존재하시는 분입니다. 그런 분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도록 허락하신 하느님 감사합니다.

오래전에 대구 시립 병원에 성탄 위문하러 수녀님과 함께 환자들을 찾은 적이 있었는데 아버지가 얼마나 감동을 주는 말인지 깨닫게 된 사연이 있었습니다. 환자 중 혼자 격리된 장소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할머니를 보게 되었습니다. 평양에서 홀로 피난 내려와 대구 파티마병원 근처에 살며 떡 장사를 하며 생활하던 중 음식을 만들다 연탄불에 옷에 불이 붙어 온몸에 화상을 입고 죽기만을 기다리는 분에게 대세를 드리려고 가까이 가서 하느님을 알려주고 “하느님은 우리의 아버지 되시고 우리를 사랑하시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분입니다.” 하니 대세를 원해서 드리고“이제 당신이 믿는 하느님은 할머니의 아버지 되십니다.” 하니 힘없이 죽어가던 분이 큰 소리로 지나가는 간호사들에게 “나도 이제 아버지가 있다.”라고 소리 지르며 기뻐하셨습니다. 그날 저녁 하느님 아버지 품에 안기셨습니다. 그때 저는 하느님은 참 아버지 되심을 마음속 깊이 고백했습니다.

주의 기도문 중 “아버지! 아버지!” 부르는 우리의 소리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하늘과 땅을 울리는 소리 되어 전해지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