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추는 사람 <루카 5, 27ㄴ-32>

사람은 높이 오르려는 욕망을 가지고 서로 사랑하거나 어울리고 자기보다 높은 사람과 어울려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이름 있는 사람을 만나면 가까이 가서 싸인 받아 자랑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우리의 생각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지극히 높으시고 거룩하신 분으로 낮은 자리로 가장 가난하게 오셨고, 가난한 사람 속에 자랐으며, 제자들도 가장 천박한 사람들을 선택하셨으며 어부, 세리, 어린아이 속에서 공생활을 시작하셨습니다. 저는 본당 신부로 가장 행복했던 본당은 낙동강 기슭 농촌 지역 태강 본당 임시 주임이었을 때입니다.

저녁에는 오리 목이란 줄을 둥글게 해서 강을 거슬러 고기를 잡아 막걸리 한잔 놓고 이런저런 말 하면서 모닥불에 잡은 고기를 구워 먹던 시절, 격 없는 대화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나누던 시절입니다. 젊은 신부로 100호 되는 집에 시간 나면 방문하고, 그 집 밥상머리에 앉아 된장찌개에 밥 먹던 시절이 그리워집니다. 길은 비만 오면 흙탕길, 오토바이를 들고 가야 하는 길이었지만 도착하면 흙을 털어주던 청년들, 성당 마당에 모인 사람들 정겹게 느껴집니다. 6개월 만에 떠나는데 부인들이 낙동강에서 밤새 울던 모습도 그립습니다. 여기서 농촌 사목의 열정이 생겼습니다.

도시에서는 이름 있는 사람들, 이름 없는 사제였지만, 상류 사회 사람들과 어울리는 삶은 거북하고 편하지 않았습니다. 말도 행동도 조심스럽게 상대해야 하고 이리저리 살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시간을 생각하면 영성적 깊이를 전하지 못하고 지나친 사목 생활 같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를 낮추지 못해서 서로 진실한 사랑을 나누지 못해 힘들게 사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함께 사랑하면서 살려면 자세를 낮추어야 살 수 있습니다. 눈높이를 낮추고, 이상을 낮추고, 마음을 낮추고, 행동도 낮추어야 행복한 어울림이 있고 온갖 상처를 치유 받아 성한 몸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공동체에서는 비교하고, 눈높이를 높이고, 높은 자리를 탐하면 갈등과 불행한 삶 속에서 살게 됩니다.

주님을 기다리고, 십자가에 돌아가신 주님과 함께하기 위해 주님이 하셨듯이 스스로 낮은 자리에 살고 낮은 사람과 어울리는 삶을 살아 주님의 부활을 맞이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