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과 침묵 <루카 5, 12-16>

주님이 행하신 업적과 말씀은 듣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니 사람들은 소문을 내어 더 많은 사람이 주님에게로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주님은 “아무에게도 이런 사실을 말하지 말라” 하셨지만, 소문이 퍼져 외딴곳으로 물러가 기도하셨다고 합니다. 세상은 어떤 특이한 일이 있으면 시장 거리에서 나팔을 불며 선전하고 “여기 신기하고 기이한 일이 생겼다.”고 소리 지르지만, 주님은 침묵을 지키며 조용하게 되기를 바라고 실천하셨습니다.

주님은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이다.’ 생각하시며 사회적 혼란을 원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요사이 우리 주변은 공적 위주의 실적을 앞세워 불의도 마다하지 않고 저지르고 정당화하려고 합니다. 소위 “너는 못 해도 나는 할 수 있다. 보아라, 나는 이런 사람이다.” 하고 입에 꿀 바른 말을 하고, 혀 밑에는 칼을 숨기고, 마음속에는 갈등 시기 질투로 가득 찬 말을 하면서 떠들고 야단법석하지만, 실속은 없는 거짓과 속임수를 쓰는 일이 허다합니다.

신앙도 남에게 보이는 피상적이고, 형식적이고, 감각적으로 행한다면 소문을 믿고 거짓 선전에 현혹되어 본질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이 없다.”란 말처럼 부산하고 부풀어 말하는 말 안에는 실속이 없습니다.

주님은 기도는 골방에서 남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드려야 한다고 하시며 침묵의 기도를 권장하십니다. 참 기도는 하느님과 나의 신뢰와 진실과 사랑이 어린 대화라야 합니다. 우리는 봉쇄 수도원에서 알려지지 않은 기도의 은총으로 교회가 유지되고 하느님의 나라가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북쪽에 침묵의 교회가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합니다.

교회는 초창기 로마 카타콤바에서 300년 동안 굴속에서 미사 드리고 기도하며 살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기도는 염경기도, 전례기도, 묵상기도, 최고의 기도는 관상기도입니다. 이는 나는 없고 주님만 너와 나 사이에 현존하심입니다. 우리의 일상생활도 다소곳이 결과보다도 존재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외적 형식에 좌우되지 말고 내적 본질에 따라 살아야 합니다. 주님의 뜻에 의한 결과는 제가 있는 곳에 이루어짐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