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여기 있는가? <마태오 9, 32-38>

동녘이 밝아오는 새벽하늘에 환하게 밝은 태양 다가오셨네. 아침 기도 찬미가의 한 소절을 기도하며 새날 새 아침에 살아 일어난 시간 ‘왜 나는 이방에, 수도원에 살고 있는가? 60년 동안 무엇 하며 여기 있는가?’ 오늘 복음의 추수 일꾼처럼 선택되어 살고 있습니다. 이제 나이 들어 아무런 책임 없이 살고 있지만, 추수 일꾼으로 살아야 함은 나의 소명이며 책임입니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가?’ 나처럼 여기 찾아온 사람들은 많이 있었지만 세 명 중 나 한 사람 남아 여기 있고, 나 밑으로 따라오던 사람들 중 사제 되고서도 독일에서 의사 되어 살다가 일찍 하늘나라로 가셨고, 그 뒤로 2년이나 후배가 없이 앞으로 나가다가 혼자 남아 있게 되었습니다. 그 후 나는 주님의 일꾼으로 살면서 나 주위에 맴돌다 나간 사람들 몫까지 일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러나 옳은 일꾼이 되려면 준비가 필요하고 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농사일도 씨 뿌리는 일부터 가꾸고 자라게 하는데 들어가야 할 거름, 그 외 많은 것을 알아야 합니다. 수도자로 사는 것도 알아야 할 것, 갖추어야 할 덕목을 배워 체험하지 않으면 주님의 합당한 일꾼으로 살지 못합니다. 그러고 보니 아는 것, 할 수 있는 것 없고 별로 준비된 삶이 아니라 부족하고 모자라는 것뿐입니다.

반벙어리 같은 라틴어로 신학, 철학, 성서학 배우고 졸업할 무렵에 사회학, 사목학 등을 배웠습니다. 다행히 바티칸 2차 공의회 덕분에 40년간 본당 사목을 하는 데 도움을 받았습니다. 수도자로 선택되었지만, 신품 받고 본당에 나가 2년간의 보좌 생활과 열 곳도 넘는 본당에 사목하였지만 올바른 일꾼이라 말하기 부끄럽습니다.

나는 어떻게 여기에 살고 있는가? 70부터 15년간 심부름꾼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택받고 오늘처럼 새날 새 아침을 주셨으니 오늘 일을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섬기고, 나누고, 친교를 맺으며 사는 것이 첫째요, 미사 드리고 성사를 주는 것이 나의 일입니다. 요사이 밖에서 사회적 일을 하다 들어온 젊은 형제와 기술을 배우고 수도자로 사는 사람들을 보면 아쉬움이 있지만 넘겨다 볼 입장도 아니라 묵묵히 할 수 있는 일, 약한 형제를 돌보는 일을 합니다.

아침 기도 성경 소구에 따라오는 화답송에 “주여, 이 소리 들으소서. 당신 말씀에 희망을 거나이다.” 요사이 하느님 말씀의 봉사자로, 일꾼으로 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