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이 보시듯 보게 하소서 <루카 18, 35-43>

주님이 저에게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느냐?” 하시면 "주님처럼 보게 하소서." 하고 싶습니다. 저는 스스로 주님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눈에는 뭐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듯이 제 눈이 교만하고, 이기적이고, 욕심만 채우려 하고, 남보다 앞서가려고만 하고, 권력욕 재물욕 명예욕으로 가득 차고, 깨끗하지 못하고, 순진하지 못하면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합니다. 더러운 것, 추한 것, 인간답지 못한 것을 보고 찾는 사람이 되기 때문입니다.

볼 것을 보지 않고, 보아야 할 것을 보지 않고,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자신의 이용물로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마음에서 본다면 그 눈은 주님의 눈이 아닙니다. 주님의 눈을 갖고 세상을 보려면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어야 하고, 마음이 깨끗해야 하고, 인간다운 눈을 가져야 하고, 하느님이 자비로우신 것같이 자비로운 눈을 가져야 합니다. 주님이 모든 것과 합치하고 일치하듯이 하나 된 마음을 갖고 하느님이 사랑 자체이신 것같이 사랑의 눈을 갖고 살아가야 합니다.

어느 날 만원 버스 타고 나는 자리가 없어 서 있고, 어떤 중년의 남자는 앉아 가는데, 그 앞에 서 있는 저에게 머리를 기대고 잠들었습니다. 저는 피하려다가 '만일 이 분이 예수님이면 어떻게 하지.' 생각하다가 '아니야, 왜 이 사람이 예수님이야 나를 괴롭히는 사람인데.' 생각하다가 내 눈을 예수님의 눈으로 바꾸어 보니 예수님으로 보여 대구까지 받쳐주고 간 일이 있었습니다.

주님께서 사람을 당신 모습대로 창조하시고 사랑하였듯이 우리는 하느님의 눈으로 세상을 보도록 기도합니다. 주님의 눈은 권력자, 재력가, 명예로운 자를 보지 않고 억압받는 자, 가난한 자, 멸시받는 자를 보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