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되려면 웃으세요 <마태 18, 1-6>

어른은 어린이의 순진한 웃음에 굳은 마음이 녹아내립니다. 웃는 사람에게 복이 따르듯이 하늘나라는 웃는 사람의 것입니다. 웃음이 없는 사람은 이미 지옥에 사는 사람입니다. 굳은 얼굴, 딱딱한 얼굴, 긴장된 얼굴, 불안한 얼굴, 불만이 가득 찬 얼굴, 엄한 얼굴, 우울한 얼굴, 이런 얼굴을 웃음으로 바꾸지 않으면 어린이가 되지 못합니다.

심각한 일을 앞에 놓고 헐레 벌레 웃으면 바보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바보가 아니라 어린이의 특성입니다. 저는 가끔 '내 인생을 바보처럼 살았구나.' 후회하기도 하지만 그 시간에 내가 그 삶을 받아들인 것은 은총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로 인하여 어려운 일도 있고 고통도 당하였지만, 그 시련이 나를 겸손하게 하고 온유한 삶을 살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에 수도승으로 모범을 주시고 살아가는 신부님이 계십니다. 그렇게 꼿꼿하고 정갈하고 규칙을 지키시는 삶이 정확하고 엄하고 가부장적 수도자였지만 지금은 참으로 어린이가 되어 살아가십니다. 장암으로 수년을 고생하면서 그 얼굴은 인자한 아버지 같은 얼굴을 하시며 살아가십니다. 그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고 만나면 이렇게 주님 앞에 가는 것이라고만 하십니다.

'하느님은 하늘나라에 들어가게 하시려고 늙은 아이를 만들어 주시는구나.' 생각해봅니다. 저도 나이 들면서 이런저런 시련과 고통을 겪으며 어린이가 되어갑니다. 웬만한 일에는 두려움도 없고 죽음이 가까이 오고 있어도 하나의 운명이려니 생각하며 웃어넘기는 습성이 생겼습니다. 형제들에게 장난도 치고, 웃기는 행동도 서슴지 않고 행하고, 침묵을 조금 깨지만 웃고 살고 있습니다. 어린이 같은 행동을 합니다.

저는 오늘도 각 공동체 안에서 서로 웃고 살며 어린이 같은 행동으로 믿는 모든 이가 하늘나라에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