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하나만이 아니다. <루카 9, 51-56>

대구에서 왜관으로 오는 길은 고속 도로, 기찻길, 산업도로, 일반 도로 < 칠곡 쪽으로, 사수동 쪽으로, 성주 쪽으로, 안동 쪽으로> 그 외에도 돌아가는 길은 수없이 많이 있습니다. 사람이 가야 할 곳, 있어야 할 곳은 수없이 많이 있습니다. 오늘 주님은 사마리아로 가는 길이 막혔다고 화를 내는 제자들을 꾸짖으시며 다른 마을로 가셨다고 합니다.

고집스러운 사람은 길 하나만 고집하다가 가야 할 곳에 가지 못하고 지체되거나 길이 막혀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면 거침이 없이 하고자 하는 일이 제대로 풀립니다. 물은 산을 넘으려 하지 않고, 산기슭을 굽이굽이 돌아서 자기가 가야 할 목적지까지 흘러가고 있습니다. 물은 아래로만 내려가고 위로 오르려 하지 않습니다. 절벽을 소리 내어 내려와 평지에 이르면 고요히 소리 없이 흐릅니다.

우리는 물에서 겸손과 온유와 여유를 배우고 물과 같은 마음으로 갖고 살 때 막힘이 없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한 길만 고집하거나 자기 방식대로 하려고 하면 모든 일에 무리수를 놓고 일을 더 어렵게 합니다.

얼마 전 대통령이 이 비상시국에 다른 길이 없어 무리한 결단을 내려 정국이 더 힘들고 어렵게 되어 갑니다. 지도자는 어려움이 닥치면 주님과 같이 여유롭게 대면해야 합니다. 강제로 반대자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더 부드러운 자세로 타협의 길을 찾든지 아니면 돌아가는 길을 찾아야지 정면충돌은 모든 일을 더 망치게 됩니다.

주님은 반대자를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자기편인 제자들을 나무라면서 돌아서서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하셨듯이 자기 가까운 사람을 더 유하고 온유하게 이끄는 지도력이 필요합니다. 바다가 아무리 큰 폭풍우도 받아들이며 거부하지 않는 것처럼 긍정적 수용성이 필요합니다.

이북의 핵 문제도 억지로 제거하려고 폭격기를 보내고 군사 훈련을 하면 더 강한 반발을 가지고 더 강한 준비를 하며 해결의 실마리를 잃어버리게 합니다.

너는 나를 반대하고 말을 듣지 않으니 “죽인다.” 하면 더 굳은 준비를 합니다.

겉옷을 달라는 사람에게 속옷까지 내주고, 5리를 걷자는 사람에게 10리를 걸어 주라고 하신 주님 말씀의 뜻을 깨달으면 충돌 없는 세상, 아름다운 세상,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