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만 따르는 사람 <루카 9, 51-62>

오늘은 교황 축일입니다. 나도 교황이 되어 높은 자리에 앉기를 원하지만, 교황님의 일을 보면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교황 되는 것 포기했습니다.

교황님 가까이 가기에는 너무나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아빠스님과 찍은 사진 객실에 걸려있는 것 보니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이라는 생각해봅니다.

현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특별한 분이십니다. 교황청 손님 집에 거처를 정하시고 가난한 이들을 생각하시면서 말씀마다 감동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마음의 가난도 저를 감동하게 했습니다. 교황님이 말씀 중에 “나는 어릴 때부터 하느님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학생 때, 신학생 때, 신부가 되어서, 수도자로 살면서, 주교가 되어서도, 추기경이 되어서도, 지금 교황으로도 의구심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교황이 되면 신앙의 모범과 확고부동한 믿음을 가지고 산다고 선포해야 하는데 이상합니다.

그러나 제가 혼자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더 높은 데로 오르시려면 신앙의 시련을 끊임없이 가져야 합니다. 보통 사람은 이 사실을 숨기고 가장 신심 깊고 믿음이 확고한 사람으로 보이려 하는데 자신의 비천함을 드러내시는 것을 보고 우리 교황님은 가난한 이를 위해 일하실 뿐 아니라 가난한 이로 사시는 분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감동했습니다. 이렇게 영적 가난까지 드러내십니다.

사람이 버팀목이 되어 다른 이들을 지탱해주는 것과 가난과 시련으로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구하는 길은 바로 자신도 가난한 이, 비천한 이가 되는 길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옛날 왜정 때 영화를 본 기억이 납니다. "에노켕"이란 영화였습니다.

반벙어리, 말을 더듬는 사람을 교정하기 위해 언어에 융통한 선생이 아무리 가르쳐도 교정할 수 없어 떠난 다음 찾아온 선생은 더듬이를 고치려 하지 않고 자신이 말더듬이가 되어 함께 말을 더듬으면서 교정하는 장면을 보고 어릴 때 느낀 점은 구원을 위해 윗자리가 아니라 같은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교황님과 같은 시대에 함께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주님도 인간을 구원하시려고 높은 데서 말씀하시지 않고 사람이 되시어 땀 흘리고, 목마르고, 배고픔을 느끼고, 죽음의 고통을 슬퍼하고, 아픔을 느끼며 죽음에 이르시고 인간의 고뇌를 함께하신 분이었습니다.

우리는 주님만 따르는 사람으로 살려면 주님이 사람이 되신 것부터 따라 살아야 합니다.

오늘 주님의 삶을 살도록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