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 결산서 <마르코 6, 30-34.>

오늘 복음에 "사도들이 자기들의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다 보고하였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요사이 우리 수도원의 각 사업체마다 결산의 시기이며 장로회를 통하여 보고받고 참사회에 보고하는 절차를 거처 수도원 전체 일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시기입니다. 본당 신부로 있을 때 사목결산을 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영세자 몇 명, 성사자 몇 명, 신자, 냉담, 예비자, 혼배자 그리고 일 년 동안의 수입 지출 등을 보고합니다. 그때마다 한 일에 대해 반성을 하지만 언제나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사무 감사 때마다 지적을 받기도 하고 칭찬도 듣기도 하지만 무엇이 늘 부족한 것을 느꼈는데 사목 결산서가 부족한 것을 요사이 알게 되었습니다.

신자들을 얼마나 성장시키고 신앙심을 가지게 하고 하느님의 사랑으로 인도했는가를 결산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사목 일선에 나가면 사목의 관심도를 바꾸고 한 사람 한 사람 하느님의 사람으로 변화시키고 더 사랑하고 더 귀하게 생각하며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알려주고 싶습니다. 하느님이 손익 계산서 받고 사목자로 파견한 곳에 대해 심판을 한다면 할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레지오 단원들에게 전교하라고 독촉만 하고, 본당 운영을 위하여 교무금 많이 내라고, 주일 헌금 적다고 책망만 하고, 주일 미사 나오라고 독촉만 하고 나를 따르라고 말만 하고, 나는 뒷짐만 지고 일을 피해 쉴 자리만 찾고, 취미 생활만 찾아 산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지금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순종하지 않으면서 순종하라고 하고, 나는 희망을 주님에게 두지 않고 신자들은 주님에게 희망을 두라고 하고, 나는 사랑을 등한시하면서 신자들은 사랑하라고 말하기를 좋아한 것은 주님의 심판 거리입니다. 사목 생활 은퇴하고 10여 년 지나 나이가 80 넘어서야 알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나를 깨닫게 한 것은 수도원 찾아오는 상담자들을 통하여 얼마나 사목을 잘못한 것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 것이지 모르고 형식적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고백성사를 형식적으로 준 저를 마음 아프게 합니다. 모든 생명은 어루만져야 하는데 피상적으로 대하였으니 귀한 생명을 잃고 있었습니다.

모든 사목자들이 자기반성과 사목결산서를 하느님 앞에 가난한 마음으로 제출하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