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과 채움. <요한 3, 1ㅡ8.>

오늘 하느님의 나라는 물과 성령으로 다시 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고 하십니다. 이는 죄의 사함, 정화로 깨끗해져야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영인 성령은 하느님의 자비와 일치와 사랑입니다. 식사 후에 빈 접시를 물로 깨끗하게 씻지 않으면 다음 식사 때 새로운 음식을 담아 먹을 수 없습니다. 물로 씻어 내려야 죄 사함을 받고 은총의 삶을 살게 됩니다.

탐욕, 자기만족, 이기심, 공로의식, 옛 관습으로 새로운 삶을 살지 못합니다. 가진 바를 내려놓고 자신을 비우는 사람은 새로움을 담을 희망과 꿈이 있지만, 교만으로 절망으로 열등의식에 매여 사는 이는 자유와 평화와 기쁨의 삶을 살아갈 수 없습니다.

완덕의 길도 정화와 조명과 일치의 길이어야 합니다. 비우지 않으면 새것을 담을 수 없으며 물로 씻어 낸 그릇에 성령의 새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세례성사 때 물로 씻고 주님의 영을 주시는 것은 하느님 나라에 살 수 있도록 약속하는 것입니다. 매일 저녁 종과경 후에 성수를 장상이 뿌림으로써 세례성사를 기억하고 정화된 삶을 살도록 이끌어 주시듯, 매 순간 우리 자신을 비우고 성령으로 채우는 삶을 살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