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루카 24, 13ㅡ35.>

여행을 떠난 사람은 길이나 쉼터에서 나그네를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사람이 옆에 있어도 무관심하게 지나쳐 버리거나 거들떠보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나그네 중에 주님이 현존하심을 알면 무심히 지나쳐 버리지 않고 관심을 가지고 상대해야 합니다. 오래전 유럽성지 순례를 하는 중 길거리에서 알지도 못하는 외국인이 아는 사람처럼 인사를 하고 웃고 지나는 것을 보고 '그들은 사람을 사람으로 보는 착한 본성을 지니고 사는구나.' 하고 감탄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문간방이 있어 일부러 나그네를 대접하고 환대하는 민족입니다. 너를 나로 보고 대우하는 사람, 그러나 신자는 나그네 안에 주님이 계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살아야 합니다.

오늘 엠마우스로 가는 제자들이 길에서 나그네인 주님을 만나서 이야기도 듣고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이 말이 주님을 만나게 된 동기가 되었습니다. 우리 수도원은 찾아오는 손님을 그리스도처럼 대접하라는 규칙이 있습니다.

나그네 안에 주님의 현존을 믿고 산다면 길에서 만나는 사람을 주님처럼 대하고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길에서 주님을 만나러 부활 후 엠마오 가는 이들은 어디서나 만나는 사람 안에서 주님의 모습을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오늘 아침에 "신부님 저는 오늘 엠마오 다녀오겠습니다." 하며 길을 떠납니다. 현존을 느끼는 사람은 마음속에 서로 감동을 하고 나눔이 있는 곳입니다. 그것을 떼어 나누어 주실 때 그들은 주님을 알아보았습니다.

오늘 저는 길에서 만나는 사람을 주님으로 보는 눈으로 볼 수 있고 주님의 소리를 듣는 귀를 가지고 들을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