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의 기도 <루카 18, 9ㅡ14.>

무엇을 청하든지 구하는 사람은 자세를 낮추어야 합니다. 교만한 자세나 힘을 과시하는 자세는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날 북쪽 사람들이 "나는 핵도 가지고 있고 전쟁할 능력도 있으니 우리가 필요한 체제 유지와 굶주림, 사회적 불안정을 위해 우리가 필요한 것을 내놓아라." 하면 그들을 도울 나라는 없습니다. 우리 남쪽에서도 핵을 내려놓아야 무엇이든지 돕겠다고 하여도 "아니다. 우리는 힘을 길러 안되면 전쟁이라도 하겠다."고 떠들고 있습니다. 기도하는 사람이 "나는 하느님이 내 청을 들어주지 않으면 하느님을 떠나 불신앙으로 살겠다." 한다면 아무것도 받을 수 없습니다. 온전히 하느님의 뜻에 의지하여 "저는 이런 은혜를 청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러나 주님이 하실 수 있다면 들어주세요."라고 믿음과 희망을 품은 기도라야 합니다.

자기 공로를 앞세워 가며 "나는 이런 일을 했고, 이런 공이 있으며, 당연히 은혜를 받을 수 있으니 주시지 않으면 섭섭하게 생각할 것이고, 주시기 싫으시면 안 주어도 됩니다."라고 하면 아무것도 받을 수 없습니다. "나는 무익한 종입니다. 다만 주님의 은덕으로 살고 주님이 아니시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입니다. 아침에 태양을 보내 주시듯 제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성모 마리아는 자신을 스스로 주님의 종이라 부르셨지만, 오늘 복음에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라고 하셨듯이 하느님의 어머니 칭호를 받으셨습니다.

스스로 종이나 죄인으로 생각하고 주님 앞에 나서는 사람은 가장 높은 이가 되지만 자기 스스로 높이며 의인으로 여기는 사람은 가장 낮은 자리에 있고 죄인의 자리에 머물게 됩니다.

지금껏 교회는 높은 자리에 있어 권력과 명예를 누렸지만, 이제는 낮은 자리로 내려와 죄인들과 고난을 겪는 이들 안에 함께 살아야 합니다. 하느님이 가장 낮은 자리에 내려오시어 낮은 이로 사신 것을 본받아야 주님과 함께 갈 수 있습니다.

주님의 말씀이 듣는 이들에게 접근하기 쉽고 알아듣기 쉽게 기록된 것 같이 말도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알아듣기 쉽게 하여야 합니다. 고상한 말 고급스러운 철학적 말을 찾아 하는 것은 자기 자랑은 되지만 쉽게 알아듣지 못합니다. 기도도 쉬운 말을 사용하며 기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오늘도 가난하고 겸손한 기도를 들어 주시는 하느님께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소서." 하고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