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오는 삶 <마태 2, 1ㅡ12.>

주님은 하늘에서 내려오시어 사람들과 소통하시고 사람을 이끌고 하느님의 나라로 인도하셨습니다. 이끌어 올리지 않으시고 아래로 내려오셨습니다. 나는 오늘 죽음에서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주님보다 사람이 되시러 내려오신 신비가 더 크게 보입니다. 부활하시어 영광중에 나타나신 주님보다 고난과 죽음을 감수하시려고 세상에 오신 주님을 더 생각합니다.

요사이 교황님으로 선출되어 교회를 다스리시는 진정한 모습은 높은 자리에 앉아 강복이나 주고 칙서나 발표하고 기도나 하시는 교황이 아니라 가난한 이의 현장에 함께 하시고 한쪽 구석에 있는 수녀원에 성탄 축하 전화하시는 교황님이 더 돋보이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내려오신 교회의 최고 지도자의 기대와 사랑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제가 농촌 운동을 시작하였고 사제로서 농민운동을 하면서 이상을 펴고 지도는 하였지만, 지속해서 운동에 참석 못 한 이유는 제가 농민이 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농민의 생활 속에 내가 있지 못하고 생활 밖에 있으면서 따뜻한 밥상을 차려 받고 따뜻한 잠자리에서 자고 일정한 대우를 받으면서 살았기에 농민을 위한다지만 상위의 사람이었습니다. 인사이동으로 구미를 떠났지만, 그들 속에 살지 못한 것은 핑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그들과 함께 동고동락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내려오신 주님은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 온갖 수난과 고통을 감수하시고 사람 중에 가장 비참한 죽음까지 받아들이시며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취급을 받으셨지만, 우리와 함께하셨습니다. 사제의 삶은 예수님께서 그렇게 하신 것처럼 평신도의 삶보다 낮은 자리에 있어야 하고 더 가난한 삶을 살아야 참다운 목자입니다. 목자들은 양들과 같이 산과 들에서 함께 생활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려오신 주님을 찬미할 수밖에 없으며 춤추고 노래하며 주님의 내려오심을 찬미합니다. 하느님이 참으로 우리와 함께 계심을 찬미하고 주님의 종으로 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