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생명이다. <요한 18, 1ㅡ19, 42.>

이런 말은 모순적 말로 들리지만, 자연의 이치이기도 합니다. 생명을 보존하려면 어떤 것도 죽지 않으면 먹이가 되지 않습니다. 모든 음식은 살아 있는 것이 죽어서 우리 입으로 들어갑니다. 주님은 우리의 생명이 되시고자 돌아가심으로 우리의 먹이가 되시어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고 영원한 생명이 되셨습니다.
"전능하신 주님은 우리를 말로써 구원하실 수 있는데 어찌하여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서 구원하셨습니까?" 하고 의문을 던지는 사람에게 무엇이라고 바른 설명을 할까요. 주님이 죽지 않으시고 말씀으로만 "용서한다. 사랑한다."고 하셨다면 말로 끝나고 실천적 구원은 불가능하였을 것입니다.

용서한다는 말 뒤에는 많은 희생이 뒤따르게 됩니다. 빚을 탕감하는 사람은 자기 재산의 일부를 희생하여야 가능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자기희생 없이는 사랑이 불가능합니다. 주님이 사람이 되신 이유는 강생의 신비이지만 주님의 죽음으로 그 신비가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보여주고 실천하고 남겨주시기 위해서입니다. 어제 성체를 손에 들고 “주님이 오심으로 저의 손에 당신의 몸이 오시어 저를 살게 하시고 저를 당신이 사랑하시듯 사랑하게 하셨습니다. 찬미 받으소서. 감사 합니다. 사랑합니다.” 최후 만찬과 십자가의 죽음으로 만들어 완성된 성체의 신비를 체험하면서 미사를 드렸습니다.

이런 것은 전례 안이나 역사적 고찰이나 되새김 안에서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현실 안에 매일 같이 일어나고 성취되는 진리입니다. 내가 너를 위하여 죽지 않으면 공동체나 개인이나 살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서로 희생하지 않고 서로 살려고만 한다면 너도 죽고 나도 죽게 됩니다. 너를 위하여 내가 죽고 나를 위하여 네가 죽어야 서로 살게 됩니다. 나만 살겠다고 하면 모두가 죽고 너 죽고 나 살겠다고 하면 너도 죽고 나도 죽게 됩니다. 주님은 나 죽어 너희를 살리는 길을 알려 주셨습니다. 내가 죽어야 네가 산다고 하면 너도 살고 나도 살게 됩니다. 주님의 부활 신비는 주님이 죽어 주님도 살고 우리도 살리신 것이 됩니다.

저는 이것을 믿고 있기에 죽음 앞에 강하고 나의 희생을 요구하는 이들에게 순종하면서 부활의 기쁨을 만끽합니다.

오늘 죽음의 고통을 극복하고 내일의 부활 기쁨을 만끽하도록 기도합니다. 내일의 부활 기쁨을 기다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