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자리의 행복 <마르코 9, 30ㅡ37.>

공동체 안에서 공통으로 일어나는 일은 자리다툼입니다. 윗자리는 봉사와 섬김의 자리라고 주님께서 말씀하셨어도 남보다 높은 자리를 탐하고 오르려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 제자들도 서로 높은 자리를 놓고 누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인지 논쟁을 하여 주님은 오히려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라.”고 하십니다. 우리는 어린이들의 순진한 웃음을 보고 행복해합니다. 아이들은 자기 자리가 가장 낮은 자리라도 그 자리를 행복해합니다. 수도원에 들어와 식당 자리를 앉게 되면서 갈등을 느끼고, 식탁의 맨 끝자리에 앉아 식사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그런데 새 아빠스 선출한 후 나이 든 사람 순으로 자리를 앉으라고 하시니 순명으로 앞자리에서 식사하다 보니 불편합니다.

여기서 내 자리는 언제나 윗자리가 아니라 가장 낮은 자리에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윗자리는 감시의 대상이고 말의 실수도 있고 아빠스 중심적 제도에서는 식당 자리나 일의 위치나 낮은 자리가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

잎이 무성하고 가지가 하늘을 뻗쳐 있다 해도 나무뿌리가 땅속 깊이 박혀 있지 않으면 그 나무는 쓰러지고 죽게 됩니다. 땅속에 거름이 없으면 씨를 뿌려도 싹이 나왔다가도 시들어지듯이 땅속의 거름은 생명의 나무를 살리는 원동력이 됩니다. 이 나라의 민주화를 위하여 4·19의 영령, 5·18의 영령이 낮은 자리에서 밑거름되지 않았으면 민주주의는 꽃을 피우지 못하고 겉모양의 경제부흥도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직도 모든 면에서 민주화가 되지 못하여 빈부 차이도 생기고 그늘에서 고통을 당하는 이들이 있어 행복하지 못합니다.

가난하게 살던 때는 가족 안에서 서로 죽이고 아들이 아버지를 때리는 패륜적 사건은 없었는데 지금은 낮은 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아 서로 윗자리, 서로 더 나은 자리를 탐하면서 경쟁적 투쟁으로 점점 인류를 불행하게 합니다. “이런 어린이 하나를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저는 오늘 모두가 윗자리를 탐하는 이기심을 버리고 낮은 자리에서 누구도 누리지 못하는 행복을 누리도록 기도합니다. 누가 나를 알아주기보다 내가 남을 알아주는 삶을 살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