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하느님과의 깊이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 수도생활 체험학교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몇년동안 본당 성전건립활동과 청년회장, 지역청년 간부로 교회의 일을 하다보니 정작 하느님과의 관계가 멀어진 느낌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바쁜 성당활동을 하면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 보람과 행복을 통해 나보다 남을 위해 사는 삶이 더 가치있고 하느님이 원하는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 처럼 자신의 모든것을 오로지 하느님에 뜻에 맡기고 살아가는 수도자들의 모습을 보며 신앙생활에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해 수도생활 체험학교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1일차

 수도원 입소 - 짧지만 새로운 삶으로 시작

 사실 제가 처음 도착한 곳은 피정의 집이였습니다. 그곳에 아무런 안내도 없어서 많이 당황 했었지요. 거기서 마주친 분들도 진지한 성소자들이셔서 그런지 조용하고 묵묵하게 행동하셨고 어디론가 말도 없이 가셔서 많이 무서웠습니다. 속으로 '벌써 대침묵의 시작인가?'라고 느끼며 눈치껏 포스가 작렬하는 분들의 뒤를 따라 수도원 성당으로 들어갔습니다.

 수도원 성당은 내부가 조금 산만했지만 신축되는 수도원이 아름답게 지어질것을 상상하며 피정에 집중하기로 하였습니다. 입회와 서원 의식에서 이번 체험학교에서 진지하게 프로그램에 동참하여 하느님이 뜻하시는 무언가를 잘 잡아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바람은 불고 싶은대로 분다. 너는 그 소리를 들어도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요한 3.8>

 하느님은 정말이지 은총을 당신 뜻대로 마구 '살포' 하십니다. 예수님과 니코데모와의 대화에서 나온 이 조력은총 이야기를 통해 하느님에 뜻에 자신을 맡기는것도 중요하지만 하느님의 무료 배포 은총을 잘 잡아내는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사와 교육, 피정과 각종 연수때 프로그램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자세가 하느님의 은총을 받는 좋은 자세인것 같습니다.

 수사 신부님과의 만남 -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

프란치스코 수사님의 말씀을 듣는 시간이 있었는데 강연 초반에는 몸살 기운이 있어서 좀 졸았습니다. 제가 제일 앞쪽에 앉았는데 졸다보니 뒤에서 입소전 느꼈던 성소자들의 포스가 느껴져서 잠을 깨고 중후반부에는 신부님에 말씀에 집중하기로 하였습니다. 수사님의 강연중에 저녁찬가에 대한 감동을 전달해 주실때 저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저녁미사전 성무일도를 바친적이 많은데 그때 찬미가와 시편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주는 나의 힘, 나의 노래" <시편 118.14>

하느님을 찬미하는 말과 노래나 행동을 할때 우리는 힘을 얻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주옥같은 찬미의 말과 노래들을 우리가 너무 의무감에 형식적으로 하는것 같습니다. 피조물에게 가장 큰 영광은 창조주를 찬양하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신부님의 강연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게 해주신것을 감사하는 마음, 아름다운 사람들과 만나게 되는것을 감사하는 마음, 그밖에 모든것을 우리를 위해 마련해주신 창조주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것이 우리 피조물의 도리요 가장 큰 행복이란것을 새겨들었습니다.

 나눔 시간 - 빵은 우유와 함께 대화를 타고

 조별로 개인 소개 시간과 나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실 저는 이번 교육때는 개인적인 표현을 최대한 자제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단체의 간부 활동을 하면서 너무 많은 자기 표현을 해댄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남의 말을 잘 안들어주게 되고 누군가를 소외시키게 됨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는 소외된 사람이 되어서 그들의 입장을 보다 잘 이해해보고 싶었습니다. 나눔 시간에는 포스가 작렬하는 성소자들의 말을 들으면서 하느님이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당신을 드러냄을 알 수 있었습니다만... 간식이 참 맛있어서 구체적으로 기억나는게 별로 없군요.

"너희 보물이 있는곳에 너희 마음도 있다." <루카 12.34>

 렉시오 디비나 - 성령과 함께 하는 말씀 산책

 제가 수도생활 체험학교에서 가장 기대했던 프로그램이 바로 렉시오 디비나였습니다. 성경공부를 하면서 수천년간 여러 사람과 여러 언어를 거친 텍스트가 어떻게 우리에게 수천년전 그대로의 말씀으로 다가오는지 궁금했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하느님께서 성령을 통해 우리와 함께 하심을 깨닫는 거룩한 독서 프로그램에 많은 기대를 했는데 렉시오 디비나는 개개인의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는것을 깨달았습니다. 사실 청년들의 성경 나누기 프로그램은 대단히 자기 표현적입니다. 그래서 자칫 자기중심적, 감상적으로 빠져 내 맘에 드는 하느님상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렉시오 디비나는 성령의 인도로 가는 개인 산책 같습니다. 성령이 인도해주심을 믿는것이 중요할것 같고 선택한 성경구절을 계속 되내이고 묵상하고 모든 것과 연결시키는 자기 성찰능력이 중요할것 같습니다.

 이날 제가 택한 구절은 “입술의 열매” <히브리서 13.15>입니다. 입술의 열매를 택하고 이것을 묵상할것을 다짐하며 성령께서 잘 인도해 주심을 믿고 감사기도를 드렸습니다.

 참회예절과 면담식 고해성사 - 하루의 정리

 참회예절시간이 있었는데 면담식 고해성사 순번이 빨라서 깊이 있게 참회하지는 못했지만 부제님의 말씀을 들으며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하루를 평화롭게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면담식 고해성사후 조용히 숙소로 돌아가 쉬었습니다.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마르코 6.31>

조용한 곳에서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며 쉬는 것은 참 중요한것 같습니다. 많은 일들이 경험한 사도들을 쉬게 하시며 예수님이 바라셨던것은 개인적인 성찰시간이였던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바쁜 하루 일과후에 조용히 개인성찰을 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하루중 가장 중요한 시간임에 틀림없습니다. 컴퓨터도 티비도 없는 숙소의 조그만 방에서 있으면서 렉시오 디비나에서 선택한 ‘입술의 열매’를 묵상했습니다.

 내 입에서 열린 열매는 과연 어떤것일까 생각하며 하루를 마쳤습니다.

2일차

 구심기도 - 내 배는 침몰중

 수도생활 체험학교중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프로그램이였습니다. 구심기도에 대해 알기는 했는데 하시는 분들을 대단히 신기하게 보았습니다. 안셀모 신부님의 인도대로 눈을 감고 조용한 강물에 배를 띄우고 예수님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습니다만 10초에 한 번씩 배가 뒤집어졌습니다. 계속 딴생각과 분심이 들고 아침먹기전이라서 배에서는 꼬로록 거리는 소리가 조용한 수도원을 메아리 치는 상황이 당황스러웠습니다. 나중에 구심기도가 끝날때쯤에는 기억나지 않는 의미없는 상상들과 가라앉은 저의 배 한 척이 보였지요.

“그때에 호수에 큰 풍랑이 일어 배가 파도에 뒤덮히게 되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는 주무시고 계셨다.” <마태오 8.24>

아무래도 배를 가지고 예수님을 향해 가기 보다는 배에 예수님을 태우고 가야 하는것 같습니다.

수도원 견학 - 효율성이 인간의 행복은 아니다

수도원을 견학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수도원 견학은 성합과 성물을 만드는 금속공예실과 유리 공예실, 목공소등을 다녔습니다. 저는 산업공학을 전공했습니다. 어떤 제품을 최대한 빨리 최소 비용으로 만드는 것을 추구하는 학문이지요. 어떤 제품의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것이 투입비용과 효율성이라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수도원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생산성과는 거리가 아주 멀었습니다. 수사님들이 2~3시간마다 기도를 하러 가야하니 생산시간이 매우 짧고 일하면서 틈틈이 묵상도 하고 일에서 하느님의 의미를 찾아야합니다. 산업공학 측면에서 보면 수사님들은 모두 불량 근로자들로 해고 1순위지요.

하지만 인간의 가치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것 같습니다. 우리 산업사회에서는 인간을 물질생산을 위해 투입되는 재료의 하나로 인식합니다. 이보다 더한 하느님께 대한 모독이 어디 있을까 합니다. 기업의 목표는 이윤추구가 아닌 인간의 행복이어야 함을 신앙인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인식하고 추구해야 할것입니다.

“너희와 너희 후손이 살려면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 <신명기 30.19>

 아빠스님과의 만남 - 정말 수도원의 아빠셨군요

 베네딕도 수도원 아빠스님과 만남을 가졌습니다. 저는 주교님이나 직책이 높으신 신부님들을 만날 때 권위가 느껴졌었는데 아빠스님은 대단히 편한분으로 느껴졌습니다. 아빠스님의 강연중에서 하나니아스와 사피라 이야기가 나와서 흥미있게 들었습니다. 사실 사도행전에서 읽기 거북한 부분이 하나니아스 이야기였습니다. 자기 재산인데 자기것을 조금 나두었다고 해서 죽음의 심판까지 받아야했던 그 부부가 불쌍하다고 생각했는데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본다면 공동체의 뜻이 곧 하느님의 뜻이고 자신의 것을 완전히 버리고 공동체와 하나되지 못한다면 하느님과의 일치도 이루지 못할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아빠스님이 수도원에서 형제들과의 일치를 중재하고 이끄시는 모습에서 정말 수도원의 아버지란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겸손이라는 의미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우리가 창조될때의 재료는 먼지였습니다. 곧 무(無)였습니다. 이런 아무것도 아닌것이 생각도 하고 사랑도 하게 되는 자체에 감사하는 것이 겸손임을 배웠습니다. 겸손은 자신을 낮추는 모양새 좋은 행동이 아닌 자신의 근원을 묵상해보는 것임을 깨닫게 시간이 였습니다.

 그룹작업 - 나의 성소는 누구를 닮았을까요?

 성경에서 찾는 인물들의 삶을 통해 나와 닮은 성소자들을 찾아보는 그룹작업을 하였습니다. 아브라함, 모세, 기드온, 사무엘, 요나등의 인물이 하느님께 부르심을 받는 과정을 살펴보며 성소를 받았을때 나는 어떤 자세를 가졌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조별로 가졌답니다.

 저는 발표할때는 요나로 했지만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에서 우리에게 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의 숙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대부분 사람들이 선택하고 부르심을 받게 되는 결혼 소명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아담이 “당신께서 주신 여자”라고 하며 아내와 죄에 대한 책임을 버렸지만 아담의 후손들은 땀흘려 일한 대가로 아내를 입혀주고 먹여주며 사랑해야 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가족을 이끌게 되었습니다. 하와의 잘못으로 인류는 낙원에서 쫒겨나게 되었지만 하와의 후손들은 고통스럽게 낳은 자녀에 대한 모성애로 인류를 다시 하느님의 사랑으로 이끕니다. 하느님의 책벌은 우리를 괴롭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잘못을 치유하기 위한 사랑임을 생각해보았습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은 우리에게 주는 숙제 같습니다. 하느님은 엉뚱하게도 우리의 가장 나약한 부분을 근거로 하여 우리를 부르시는것 같습니다. 인간적으로는 참 이해할 수 없지만 우리의 약점을 감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부르심이나 상황에서도 항상 선한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로마서 8.28>

 노동체험 - 말씀과 함께 하는 노동

 수도원 노동 체험을 하였습니다. 저는 과수원 가지 정리 작업에 배치를 받았습니다. 과수원에 잔가지들이 바닥에 떨어져있고 이것들을 주워서 한데 모으는 작업이였습니다. 그밖에 각종 쓰레기들도 함께 처리하는 작업도 하였습니다. 노동이 그다지 힘든것은 아니였고 오히려 묵상하며 일 할 수 있는 단순 작업이라서 전날 렉시오 디비나때 고른 ‘입술의 열매’ 를 묵상하며 작업을 하였습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너희도 내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요한 15.4>

 내 입술의 열매는 좋은 열매를 맺지 못했던것 같습니다. 말로 많은 것을 표현하려고 하다보니 거짓도 섞이게 되고 행동할 수 없는 말들이 많이 나왔던것 같습니다. 그래서 열매를 맺은것들이 별로 없을뿐더러 그 열매들은 분명 영양가도 없는 초라한 것들이었던것 같습니다.

 열매 맺지 못할것이기에 잘려나간 가지들을 보며 열매 맺지 못한 나의 입술이 잘려나가지 않았음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이제부터는 뭔가 열매를 맺어야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열매는 달콤하기만 해서는 안될것입니다. 영양가도 있고 양식이 될만큼 배도 불러야 좋은 열매일것입니다. 입술의 열매, 즉 우리 입에서 나오는 말도 많은 사람을 홀리는 달콤한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영양분을 전해줄 수 있는 참된 말이여야 하며 그 영양분은 나무이신 그리스도에게서 나와야 할것입니다. 매일 성경을 가까이 하며 하느님의 말씀을 되네이고 그것이 내 입술에서 나오게 해야 함을 다짐했습니다.

 저녁기도와 영상물 시청 - “모든 이에게 모든 것” <코린토1서 9.22>

 저녁기도후에 영상물 시청 시간이 있었습니다. 베네딕도 수도원 홍보동영상 시청과 외국수도원의 수도자들의 모습을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홍보주일에 교황님의 말씀처럼 다양한 방송미디어가 복음을 전하는 훌륭한 도구임을 인식하고 복음을 전하는데 잘 사용되도록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는것 같습니다. 아마 사도 바오로가 우리들의 시기에 활동했다면 방송국에 근무하셨고 바오로의 서간이 아닌 바오로의 프로그램으로 기록되었을것 같습니다.

“하느님께서 깨끗하게 만드신 것을 속되다고 하지 마라” <사도행전 10.15>

 수도원이라서 매우 통제되고 물질적 편의와는 단절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것들과 단절되었다고 하기 보다는 소유와 단절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인간은 영적 존재이자 물질적 존재입니다. 우리가 물질적인 것을 모두 버린다면 우린 정말 애매한 천사였을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 인간은 죽음으로써 물질을 모두 버리게 될테지만 부활때 완전한 몸을 받고 완전한 물질들을 다스리게 될 것입니다.

 우리들이 접하고 이용하게 되는 물질들을 자기 소유로 만들려고 할 때 물질이 악이 되는것 같습니다. 다양한 홍보 수단과 물적환경들을 그리스도의 뜻에 따라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게 함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친교와 나눔의 시간 - 수도생활의 행복도 주(酒)님께서 온 것

 포도나무를 기를때부터 축복한 포도주와 독일식 순대를 먹는 시간이 있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예상했던것보다 더 맛있었습니다. 특히 보통 미사주와는 달리 레드와인인 미사주를 마셔보니 맛이 색달랐던것 같습니다.

 친교의 시간중에서 어떤 가수분이 노래를 부르셨는데 참 대단하셨던것 같습니다. 특히 “아버지 날 보내주오” 부분에서는 도저히 안보내드릴 수 없겠더군요.

3일차

 오전 개인 시간

 마지막날 아침에는 수도원 개인 산책 시간과 묵상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에겐 개인 성찰시간이 많이 필요했었는데 이런 여유있는 시간을 많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했습니다. 수도원은 공사중이여서 묵상하며 산책하기에는 조금 좋지 못하였던것 같습니다. 그보다 피정의 집 숙소에 방이 여유가 있어서 오전 개인 시간 대부분을 빈방에 혼자 들어가 신부님께 보속으로 받은 책 한권을 계속 읽으며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주일미사

 주일미사를 그레고리오 성가 미사로 드렸습니다. 미사 시간에 우리들의 희망을 담은 편지를 봉헌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수도원에서 성무일도와 미사때 부르는 남자들의 노래가 그렇게 감미로울 줄은 몰랐습니다. 특히 원장 신부님의 기도문의 노래가 너무 듣기 좋았습니다. 그런데 원장 신부님도 나약한 인간이신지라 삑사리도 나시더군요. 미사후에는 기념촬영을 하였습니다. 원장신부님이 장난꾸러기 같으셔서 놀랐습니다. 전례테러때부터 알아보았지만 원장 신부님은 사람답게 살아가시며 사람을 참 사랑하시는 분 같습니다.

 나눔과 파견의 시간 - 사랑이 발하는 사람

 집으로 돌아가기전 마지막으로 함께 기도하며 나눔의 시간을 가지고 묵주를 함께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2박3일간의 일정을 충분히 되돌아보는 침묵의 시간과 함께 수도승이 가져야할 좋은 열정에 대하여 독서와 복음을 듣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요한 15.12>

 수사님들이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그 분들에게서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이 발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 번도 본적이 없고 대화를 나눠본 기회도 없었는데 그분들은 만나기 전부터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고 계셨고 우리가 알게 모르게 범하는 죄를 대신해서 개인적인것을 포기하고 수행하는 삶을 살고 계셨습니다. 이것이 예수님의 삶이 였음을 우리에게 증거하는, 곧 우리를 사랑하시는 예수님이 정말 지금 이 순간에도 현존하고 계심을 증거하는 삶을 살고 계셨습니다.

 묵주기도 후 각자 옆사람을 위해 기도해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안셀모 신부님과 함께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신부님께서 기도를 너무 열심히 해주셔서 저는 받기만하고 드리진 못했던것 같습니다. 다만 하느님 안에 다시 만나게 되었으면 하고 기도하고 바랬습니다.

 퇴소전에 본당 청년들이 와주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조용히 다녀올려고 했는데 청년들이 함께 와서 수고했다고 격려해줄때 참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제 청년들 더 사랑해야지 하고 수도원 밖을 나섰는데 먼저 사랑해주려고 온 청년들을 보면서 저도 그 사랑을 전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했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것은 동일한 사랑일 것입니다. 끊임없는 기도로 보이지 않는 하느님과 대화하고 언제나 기쁜 마음으로 보이는 하느님인 이웃을 대하는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일 것입니다. 어떤 소명을 받든 우리는 사랑하며 살아야 합니다.

 이번 수도생활 체험학교는 성소 피정이 아닌 사랑의 피정이였던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