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집의 굴뚝에서 연기가 올라가면, 아직도 노부모께서 생존해 계신 집이다.

두부를 만들거나, 메주를 쑤실 때는 어김없이, 옛집의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배 밭 과수원의 배나무를 모두 베어버린 큰 오빠의 선택은, 노부모님의 수고가

너무 힘에 부치고, 수입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베어진 배나무가 비바람을 맞으면서, 가벼운 장작으로 변모해가고, 때가 되면,

아궁이의 장작불로 지펴진다.

해마다 봄이 오면, 여학교 시절에 외웠던 시조,

성주 이씨, 이 조년의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 제

일지 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야 잠 못 들어 하노라“

그 순백의 배꽃을 향유하던 고향집이 이제는 썰렁하게 비어있다.

작히나 시인이 아니라도, 달밤의 배꽃을 보노라면, 그 황홀한 배꽃의

초대를 잊을 수가 없다.

온통 주변에는 공장이 서있어서 어릴 적 뛰어놀던, 작은 동산은 전설 속으로

사라졌다. 그 고요하고, 정감어린 곳곳의 추억이 피어오르는 속내 마음과는

거리가 먼 현실에선, 너무나 삭막하게 바뀌고, 기계 돌아가는 소음과,

페인트 도장하는 냄새가 폐부 속으로 깊이 날아든다.

그리고 때로는, 너무나 큰 화물차들이 다양한 종류의 화물을 실어 나른다.

강원도에는 너와집이 보호를 받게 되었다고 했다.

그 너와집에서 아궁이에 불을 지펴보는, 체험 학습을 하는 학생들이 있다고 했다.

우리가 어릴 적에는, 따로 체험학습이 필요 없는 생활 그 자체였었다.

이제는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것조차, 생소한 문화의 저편으로 건너간 것이다.

그 고즈녘하고, 소박하던 우리네 부엌이 사라지고, 현대적인 건물의 주방 문화로

탈바꿈하면서, 여인네의 고유 영역이 사라졌다.

세상이 좋아져서, 누구나 쉽게, 쉽게, 살아가야만 살 수 있는 현실이지만,

고유 영역이 사라진 것이, 한편으로는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를 느끼는 사람이

이상한 것이다.

각자는 자기만의 고유 영역이 있어서, 자기만의 공간에서 휴식할 수 있어야한다.

그것이 따로, 정해져서 있는 것이 아니고, 의식적이지 아니하고,

그곳에 가면, 그냥 거기서 그렇게 편할 수 있고, 행복해 할 수 있으며,

마음껏, 숨 쉴 수 있어야만 했던, 그러한 공간이 있는 것이다.

작거나, 크거나, 자기만의 생각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여인네들의 부엌이였다.

그 부엌에서 일하던 여인들은 감히, 이혼이나, 별거 또는, 가족이 헤어져

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서 “엄마!”하고 대문을 들어서면, 부엌에서 머리에 수건을

쓰시고, 저녁밥을 지으시던, 옛 모습의 어머니들은 어디로 갔을까?

답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