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장이 제게 묻기를 ‘네가 천주교인이냐?’ 해서, ‘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오’ 라고 대답하였더니,

 ‘어찌하여 네가 임금님의 명을 거역하여 그 교를 행하느냐? 배교하여라’ 하길래,

‘나는 천주교가 참된 종교이므로 나는 받듭니다. 천주교는 내게 천주 공경하기를 가르치고,

또 나를 영원한 행복으로 인도합니다. 내게 배교하라는 것은 쓸데없는 말입니다’ 라고 대답하였더니

이런 대답을 하였다고 주리를 틀고서 관장이 또 말하기를 ‘네가 배교하지 않으면 때려 죽이겠다’ 하기에

 ‘마음대로 하십시오. 그러나 결코 나는 우리 천주를 배반할 수 없습니다. 우리 교의 진리를 알려거든 들어 보십시오.

내가 공경하는 천주는 천지의 사람과 만물을 조성하신 이요, 착한 이를 상주시고, 악한 자를 벌하시는 분입니다.

그래서 누구나 다 그를 공경하여야 합니다.

관장께서 내가 천주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런 형벌을 당하게 해주시니 관장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선 천주님이 이런 은공을 갚고자 당신을 더 높은 관직에 올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라고 말하자,

이 말을 듣고는 관장과 모든 사람이 웃었습니다.

그 후에 여덟 자가 되는 긴 칼을 가져오기에, 제가 즉시 그 칼을 잡아 제 손으로 제 목에 대니,

둘러섰던 모든 사람이 또한 다 크게 웃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미 배교한 그 사람과 함께 옥에 가두는데, 저의 손, 발, 목, 허리를 어떻게나 몹시 결박하였던지,

걸을 수도 없고, 앉을 수도 없고, 누울 수도 없었습니다. 또한 구경꾼들이 둘러쌌기에 매우 괴로웠습니다.

저는 밤이 이슥하도록 저들에게 성교의 도리를 설명하였더니,

 그들은 흥미 있게 듣고 나서 나라에서 금하지만 않으면 자기들도 봉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후로는 임금의 명령에 의하여 배교하기를 독촉하기에

 ‘임금 위에 또 천주께서 계시어 당신을 공경하라는 명령을 내리시니, 그를 배반함은 큰 죄악이라,

 임금의 명령이라도 옳은 일이 될 수 없습니다’ 하고 대답하였습니다.

다시 교우들을 대라고 위협하기에, 우리에게는 애덕의 의무도 있고,

천주께서 사람을 사랑하라는 명령을 내리신 까닭에 말할 수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들이 다시 성교의 도리를 묻기에,

저는 장황한 설명을 시작하여 천주의 존재, 만물의 조성, 영혼의 불멸, 지옥과 천당, 조물주를 숭배할 의무,

다른 종교의 헛되고 거짓됨을 말하여 주었습니다.

관장들은 대답하기를 ‘너의 교도 좋거니와 우리 유교도 좋으니 우리는 유교를 한다.’ 하기에

 ‘당신들의 의견이 그러하다면 우리를 편히 지내도록 할 것이고, 우리와 서로 화목해야 하지 않겠소.

그런데 그러기는 고사하고 당신들은 우리를 박해하고, 우리를 가장 극악한 죄인과 같이 혹평을 하니,